일상을 살아가는 우리는 날짜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에 놓여 있다. 친구들 또는 부모님과 약속을 잡을 때는 오늘, 내일, 모레 등의 단어를 사용하지만, 직장이나 공적인 자리에서는 익일, 금일, 당일, 명일, 작금 등의 한자어를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 이 단어들을 평소에 사용하지 않다 보면 ‘자료를 금일까지 제출하세요’, ‘수리 공사는 익일 오후 완료 예정입니다’ 등 단어를 보면 무슨 뜻이지? 하고 멈칫하는 경우 또한 존재한다. 한자어로 구성된 날짜 표현들, 이제 그 의미를 정확히 짚어 보자.
하루의 기준–금일, 당일, 작금
‘금일(今日)’은 말 그대로 오늘을 뜻한다. 주로 공식 문서나 안내문에서 쓰이는 경우가 많으며, ‘금일 회의는 취소되었습니다’처럼 일상적인 ‘오늘’보다 조금 더 격식을 갖춘 느낌을 준다. ‘당일(當日)’은 특정한 사건이 있는 바로 그날을 의미한다. ‘시험 당일 준비물을 꼭 지참하세요’처럼, 기준이 되는 날이 정해져 있을 때 쓰인다. ‘작금(昨今)’은 ‘어제와 오늘’을 합친 말로, ‘요즘’이나 ‘근래’를 의미한다. ‘작금의 사회 변화 속에서’처럼 현재와 가까운 시기를 두루 가리킬 때 사용된다.
하루를 넘나드는 말–작일, 명일, 익일
‘작일(昨日)’은 ‘어제’를 뜻한다. 예스러운 말이지만 문장에 쓰면 고전적인 분위기를 준다. ‘작일의 보고서를 검토했습니다’처럼 표현할 수 있다. ‘명일(明日)’은 ‘내일’을 뜻한다. ‘명일 오전 10시에 회의가 있습니다’처럼 공식적이거나 문어체 문장에 자주 등장한다. ‘익일(翌日)’은 ‘다음 날’을 의미한다. ‘결제 익일에 배송이 시작됩니다’라는 문장에서처럼, 기준일 이후의 날을 가리킬 때 쓴다.
시간의 언어를 이해하기
이처럼 날짜를 표현하는 한자어들은 서로 닮았지만, 쓰임새와 뉘앙스는 차이가 있다. ‘오늘’과 ‘금일’, ‘내일’과 ‘명일’의 차이를 구분하면 문장의 온도 또한 달라진다. 우리가 시간을 부르는 말 속에도 미묘한 감정의 결이 숨어 있다. 단어 하나를 제대로 이해하는 일은, 시간을 조금 더 섬세하게 느끼는 법을 배우는 일일지도 모른다.
음영은 기자 2024108068@g.shingu.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