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서울시는 골목상권 보호를 위해 대형마트와 기업형 슈퍼마켓을 대상으로 판매 품목 중 51개에 대해 제한하거나 수량을 줄여 판매하도록 권고할 방침을 밝혔다.
서울시의 대형마트 판매 제한 51개 품목은 다음과 같다.
‣채소 - 콩, 콩나물, 오이, 애호박, 양파, 대파, 감자, 고구마, 마늘, 풋고추, 상추, 시금치, 배추, 양배추, 무, 열무, 알타리무 ‣신선․조리식품 - 두부, 계란, 어묵, 떡, 떡볶이, 순대, 조리빵, 치킨, 피자 ‣수산물 - 갈치, 꽁치, 고등어, 오징어(생물), 낙지, 생태, 조개 ‣정육 - 사골, 우족, 도가니, 스지, 소머리고기 ‣건어물 - 오징어, 대구포, 쥐치포, 생김, 미역, 다시마, 멸치 ‣기호식품 - 담배, 소주, 맥주, 막걸리 ‣기타 - 종량제봉투
이런 서울시의 방침에 찬성과 반대의 의견이 분분하다. 우선 소비자들과 생산자단체, 대형업체들은 판매 품목 제한 방침에 반대의 의견을 밝혔다. 판매 품목 제한 방침은 골목상권 활성화와 보호라는 좋은 취지를 가진 방침이지만 소비자로서는 불편이 상당하고, 골목상권이 활성화되지 않은 지역인 경우엔 먼 곳으로 장을 보러 가야 하기 때문이다.
이외에도 서울시민 1,133명을 대상으로 KBS에서 진행한 설문조사에선 판매 품목 제한에 반대한다는 의견이 53%를 차지했다. 반대하는 이유로는 ‘불편하다’란 응답이 52.3%로 가장 많았다.
대형마트에 제품을 공급하는 농어민과 중소납품업체들의 반발도 거세지고 있다. 농어민과 중소납품업체들은 3월 27일 서울시청을 방문, ‘51개 품목 판매제한 권고 철회’를 주장했다. 대형마트와 기업형 슈퍼마켓에 판매하는 농수산의 물량이 많은 지금, 판매 품목을 제한한다면 농어민들은 큰 타격을 입을 것이라고 한다.
한편, 서울시의 판매 품목 제한에 찬성하는 의견도 많다. 앞서 말한 설문조사에서 찬성하는 의견 중 과반이 넘는 숫자가 서울시의 판매 품목 제한이 대형마트와 기업형 슈퍼마켓의 무분별한 확장을 규제할 수 있고 골목 상권을 활성화시키는데 도움이 된다고 답했다.
전국 중소 슈퍼마켓을 대표하는 한국슈퍼마켓협동조합연합회도 서울시의 방침을 적극 지지했다. 연합회는 서울시가 대형마트와 기업형 슈퍼마켓 판매 조정 가능 품목을 선정한 것을 환영한다는 의사를 밝혔고, 골목상권과 소상공인을 살리려는 책임 있는 정책에 거듭 지지의 뜻을 밝힌다고 발표했다. 또한 전통시장과 중소상인 단체들도 적극 환영의 의사를 밝혔다. 또한 판매 품목 제한 제도가 전국의 다른 지방자치단체로 확산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외에도 소비자들의 다양한 소비 공간을 위해서라도 제도에 찬성한다는 입장도 있었다. 그들은 “대형마트 시장 진입 초기에는 좋은 품질의 제품을 저렴한 가격으로 공급한다는 명분이 있었다. 그렇지만 최근 조사에 따르면 대형마트가 재래시장보다 더 비싼 것으로 나타났다”며 대형마트와 기업형 슈퍼마켓의 확장을 하루 빨리 막아야 한다는 의견이다.
이렇게 찬반논쟁이 가열되면서 서울시는 4월 초 공청회를 열고 국회 법 개정 건의 등 향후 방향을 논의할 계획이다.
엄지선 기자 g_g94@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