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피
위태롭게 서 있는
높은 탑 하나
허허로운 벌판을 지키고 있다.
눈비 맞으며 역사를 써나간다.
찬 서리에 세월을 버티고 있다.
스스로 버티기에 힘겹고
꽃비 날려도 지탱하기 힘든 중력
놓아버릴까.
흔들어버릴까.
돌 하나 빼어버릴까.
그러면 더 편해질까.
내게서 멀어지려는 돌탑 하나
힘주어 붙잡아 그 자리에 세운다.
흩어지는 조각들 하나하나 닦아
뜨겁게 끌어 모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