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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보다 두려운 것 - 한이경 학우(사진영상미디어 2)

등록일 2016년09월06일 17시23분 URL복사 프린트하기 쪽지신고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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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누구나와 같이 죽음에 대해 무서워한다. 그런데 좀 극도로 무서워하는 편이다. 영원히 살아있을 수는 없다. 가끔씩 죽음에 대한 생각을 하면 참을 수 없이 두려워져서 억지로 다른 생각을 하거나 역동적인 것들을 하며 잊는 편이다. 죽고 나면 여태껏 살아온 나의 영혼은 어디로 가는지, 내 육체는 어디로 사라지는지, 내가 느낀 감각들이 어떻게 사라지는지, 내가 사라진다는 것에 대해 생각하고 싶지도 않고 잘 모르겠다. 이런저런 일들이 많이 있어도 아직 내가 느끼는 세상은 참 아름답고 좋다고 느껴서 죽는 것이 두려운 것일 수도 있고, 지금까지 노력하여 이뤄놓은 성과 없이 무미건조하게 지나온 날 때문에 이대로 죽기엔 너무 아쉬워서 두려운 것일 수도 있다. 죽음의 두려움 때문에 엄살도 심해 조금만 아파도 인터넷에 증상을 검색해 병명과 증상을 외우고 다니며 혹시 내가 죽을 병에 걸린 것은 아닌지 쓸모없는 생각에 걱정으로 하루를 보내기도 한다.

지금까지 소원을 말하거나 꼭 이루고 싶은 것들을 생각하면 항상 불로장생을 꿈꿔왔는데, 터무니없는 것을 알면서도 계속 꿈꾸게 된다. 계속 나는 벽에 똥칠할 때까지 살 것이라고 항상 누구보다 오래 살 것이라고 다짐했는데, 아직 많이 살지 않았지만 살다보니 나의 죽음보다 더 두려운 것들이 생겨났다. 나의 죽음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생각해 보지 않았던 내가 사랑하는 것들의 죽음이다.

반년 전쯤에 토끼를 분양받아 길렀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처음으로 동물을 길러보는 거라 데려오기 몇 달 전부터 고민하고 주의점들도 잘 알아보고 데려왔었다. 혹시 나를 불편해 할까봐 잘 만지지도 못하고 보고 싶어도 쳐다보지 않았는데 오래 살면 좋겠다는 바람과는 다르게 너무 일찍 내 곁을 떠나버렸다. 그 때 내가 태어난 이래로 가장 많이 울지 않았을까 싶다. 처음으로 겪는 죽음이라 그랬는지 공허함과 슬픔이 꽤 오래갔다. 그래서 내가 죽는 것보다 사랑하는 것들의 죽음이 더 두려워졌다. 내가 죽었을 때는 어쩌면 나의 죽음을 깨닫지 못할 수 있지만 사랑하는 것들의 죽음은 온전히 내 몫으로 느껴야 하기 때문이다. 나는 사랑하는 것들의 죽음이 두려워 같이 있는 시간을 소중히 생각하게 된다. 친한 친구의 생일에 편지를 쓰면 마지막에는 태어나줘서 고맙다고 썼는데 이제는 태어나줘서 고맙다는 말보다는 무슨 일이 있어도 오래 살라고 적게 된다.



한이경 학우(사진영상미디어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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