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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마체전 특집] 막장 릴레이

등록일 2017년05월24일 09시00분 URL복사 프린트하기 쪽지신고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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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준이의 기묘한 모험



아침인지 저녁인지 구분이 안 될 정도의 어두컴컴한 날씨에 빗방울이 한 방울씩 땅바닥을 적실 때쯤 방안이 알람 소리로 가득 찼다
. 뭔가 화가 나듯이 알람을 끄고선 빛이 한 줌조차 없는 방안에서 거실로 걷던 중 달력을 보았다. 달력에는 오늘 날짜에 체전이란 빨간 글씨가 쓰여 있다. 잠시 머뭇거리며 중얼거렸다가 이내 곧 무거운 침묵이 찾아왔다. 방안은 창밖의 빗소리와 수도꼭지에서 떨어지는 물방울 소리만 들릴 뿐이었다.

안현준 수습기자

 

 

이내 정신을 차리고 준비해야 한다는 생각이 머릿속에 가득 찼다. 초조하게 시계를 보면서 나갈 채비를 시작했다. 흥분된 머리를 진정시키려 차가운 물을 묻히고, 노오란 눈곱을 삭- 떼며 옷장을 열었다. 옷장 안에는 지난날을 일깨워주는 목 늘어난 브이넥만 그득했다. 전날 입은 내 분신과 내 이름 석 자 적힌 빨간 후드집업만이 옷장을 빛내고 있었다. 어쩔 수 없이 그 옷들을 입고 주머니 속에 있는 지갑을 무의식적으로 펼쳐 보며 학생증에 쓰여 있는 내 이름 형준을 조용히 읊조렸다. 이후 오늘 나와 함께 고생할 카메라를 양어깨에 걸고 문고리를 돌려 거친 세상을 향해 한 걸음 내디뎠다.

김근원 수습기자

 

 

대문을 열고 나오니 불현듯 챙기지 못한 토스트가 생각났다. 집으로 들어가 바싹 구워진 토스트를 들고나와 골목을 꺾기 5m , 토스트 귀퉁이를 물고 힘차게 달렸다. 누군가와 부딪혔다. ‘어랏... 그녀다...’ 늘 내 IDX MARK II에만 몰래 담던 그녀를 가까이 보니 다시 한번 무언가가 소리를 내며 떨어졌다. 야레야레 하지만 오늘은 체전이라굿-. 계집 따위에 한눈팔 시간이 없다. 안타깝지만 오늘도 작은 프레임 속 그녀로만 남아줘야겠어. Baby~

임정연 기자

 

 

baby, baby, baby oohJustin BieberBaby를 흥얼거리며 학교로 사뿐사뿐 걸어갔다. 사뿐사뿐 걷다 보니 발가락 사이사이에 냉한 공기가 통함을 느꼈다. 살 때는 흰색이었는데, 지금은 때가 덕지덕지 묻은 나의 최고가품, 아디다스 운동화를 벗어보니 엄지발가락이 뚫린 하얀색 발가락 양말을 발목 끝까지 올려 신고 있었다. ‘, 왜 뚫렸지...?’하고 발바닥을 한 번 만지고 코로 삭- 냄새를 맡았다. 냄새를 맡고 앞을 보니 학교 앞에 도착해있었다.

최아림 수습기자

 

 

정문 앞에는 정말 많은 학생이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내가 바로 체전의 주인공이라 한다. 플래시 세례가 쏟아졌고 레드카펫이 깔려있다. 그 카펫을 밟고 걸어가니 옆에서는 팡파르가 울렸고 폭죽이 터졌다. 그렇게 운동장까지 환영 인사를 받은 후 나는 눈물을 흘릴 수밖에 없었다. ‘이 모든 사람이 나를 환영해주고 있다니...’ 구멍 난 양말과 후줄근한 빨간 후드까지 자랑스러워지는 순간이었다. 그런데 정신을 차리고 나니 더욱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김채영 수습기자

 

 

IDX MARK II에만 몰래 담던 그녀가 나에게로 다가와 고백을 했다. 나닛?! 드디어 나에게도 봄날이! 하늘로 승천할 것 같은 가슴을 겨우 부여잡고 고백을 받아주었다. 그녀는 기뻐하며 나에게 살인미소를 날렸다. 이 순간을 단 1초라도 놓칠 수 없지! 드르르르르르- 나는 양어깨에 있던 카메라로 사정없이 그녀를 찍었다. 찍은 사진을 확인해보니 감탄이 절로 나왔다. 역시 난 사진을 잘 찍어. 오늘도 작품 몇 장 건진 것 같네! 기분이 좋아진 나는 그녀와 함께 체전 개막식을 지켜봤다.

강용현 수습기자

 

 

개막식을 찍기 위해 운동장 앞에 서 있는데 모든 학우의 시선이 나에게로 향하고 있음을 느꼈다. 카메라를 들고 피사체에 초점을 맞추는 나의 모습이 멋져 보였나 보다. 역시나 내 인기를 한 번 더 실감할 수 있었다. 총장님의 축하 말씀이 시작됐다. ‘총장님의 모습은 반드시 내가 찍겠어라는 생각으로 아래에서 위로 저돌적으로 뛰어 올라갔다. 16GB의 용량을 차지하는 2,000장의 사진 중 초점이 나가거나 버릴 것은 한 장도 없었다. 나 스스로 힘이 되는 말 한마디를 가슴 속으로 새겼다. ‘형준아! 역시 사진 잘 찍는 사람은 나밖에 없어. 이대로만 하면 돼

최혜원 기자

 

 

촤라라라라라라락, 촤라라라라라락좋아. 이건 내 카메라의 셔터 소리. 잘하고 있어. ‘촤라라라락’ “짜르르르르르릉그리고 이건 내 알람 소리. 알람 소리? ! 꿈이었나! 하마터면 꿈꾸느라 늦잠을 잘 뻔했다. 급하게 알람을 끄고 날짜를 확인하니 오늘은 체전 첫째 날 아침. 다행히 아슬아슬하게 지각은 면할 시간에 일어났다. 창밖은 흐리긴 해도 꿈에서처럼 비가 오진 않는다. 아직 꿈으로 몽롱한 머리를 흔들어 잠을 쫓고 급하게 나갈 준비를 한다. 오늘부터 사흘간 열심히 뛰어야 할 체전의 첫날을 지각으로 장식할 순 없지. 급히 준비를 마치고 장비를 챙기며 되뇌어본다. “, 힘내자, 파이팅!”

조유동 기자

신구학보사 기자 이기자의 다른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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