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믿었던 의사에게 발등 찍힐 줄 알았을까

등록일 2018년10월31일 09시00분 URL복사 프린트하기 쪽지신고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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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의료기기의 사용법을 설명하기 위해 온 영업사원이 수술을 집도했다면 믿겠는가? 보통 사람이라면 코웃음을 칠 것이다. 그러나 거짓말 같은 일이 실제로 일어났다. 전·현직 의료기기 영업사원들은 이런 대리수술이 업계에선 공공연한 일이라고 입을 모았다. 한 영업사원은 하루에 3건 정도 의사 대신 수술을 하고 처음부터 끝까지 집도하기도 한다고 밝혔다. 이 황당한 일이 일어나는 이유는 단지 금전적인 이득 때문이다. 새로운 의료기기의 사용법이 서툴면 더 전문적인 의사를 고용해야 하지만 인건비를 아끼기 위해 영업사원에게 수술을 맡기는 것이다.

대리수술을 받고도 환자가 무사히 회복한다면 다행이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가 훨씬 많다. 지난 9월 부산의 한 병원에서 영업사원에게 대리수술을 시켜 환자가 뇌사 상태에 빠진 사건이 있었다. 또한, SBS ‘그것이 알고 싶다’는 부산의 한 정형외과에서 어깨 수술을 받고 계속 어깨통증을 호소하다 4개월 만에 사망한 40대 남성의 죽음이 대리수술 때문임을 밝혔다.

주치의가 아닌 다른 병원의 의사가 대리 수술한 경우도 허다하다. 이는 병원에서 많은 환자의 유치를 위해 유명 의사를 내세워 상담한 후 환자가 많아지면 다른 의사에게 수술을 맡기기 때문이다. 심장혈관 확장 시술을 다른 병원의 외국인 의사에게 받은 환자는 수술 도중 심장이 멎으며 콩팥이 망가져 평생 투석을 받는 처지가 됐다. 

그러나 환자가 평생 가지고 갈 아픔에 비해 의사에게 주어지는 처벌은 미미하다. 의료법에 따라 의료인이 아닌 자에게 의료행위를 하게 한 의사는 의사면허 정지 3개월의 처분을 받게 된다. 무자격자에게 대리수술을 시켜 처벌을 받아도 3개월 뒤면 아무렇지 않게 다시 진료할 수 있다는 것이다. 형사재판에서 금고 이상의 형이 선고되면 의사면허 취소 처분이 내려질 수도 있지만 이를 중범죄로 인식하지 않는 검찰의 안일한 대응과 법원의 솜방망이 처벌로 대부분 금고 이상의 형은 선고되지 않는다. 면허가 취소되는 경우는 드물지만, 면허의 재교부는 쉽다. 보건복지부에서 국정감사 자료로 제출한 ‘의사면허 재교부 신청 및 신청결과’에 따르면 2015년부터 현재까지 면허 재교부 신청 41건 중 40건이 승인됐음을 확인할 수 있다.

수술실에 CCTV를 설치하자는 여론이 뜨거웠지만, 대한의사협회는 수술실 CCTV 설치 의무화에 반대했다. 수술하는 의사로선 CCTV가 감시라고 느껴져 치료 의지가 약화하는 문제가 생길 수 있고, 의사와 환자 간의 불신을 조장할 수 있다는 이유 때문이다. 그리고 수술행위는 수술하는 의사의 오랜 교육과 경험이 축적된 전문적인 지식이고 지적 재산은 보호되어야 한다. 그렇지만 대리수술 등 비도덕적 의료행위에 대한 처벌 강화에는 찬성한다고 밝혔다.

따라서 무조건적인 감시보다는 의사와 환자 간의 신뢰가 중심이 되는 시스템이 되도록 변화가 필요하다. 환자의 안전과 알 권리가 가장 중요하지만, CCTV 설치가 절대적인 해결책은 아니므로 의사가 자신의 역할에 더 책임감을 느낄 수 있도록 하는 등의 새로운 조치가 필요한 때이다.


신지선 기자 jisund5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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