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혼의 금요일에 느릿하고 서툴게 여행을 떠나는 할아버지들이 있다. 케이블 채널 tvN 예능 프로그램인 ‘꽃보다 할배’의 네 명의 할아버지들이 그 주인공이다. 시청률 조사업체 닐슨 코리아는 ‘꽃보다 할배’ 첫 회가 전국 케이블 가입 가구 기준 시청률 4.15%를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시청률 1%만 넘겨도 성공적이라 평가받는 케이블 방송계에서 이 같은 시청률은 이례적이다. 사람들이 케이블 방송임에도 불구하고 ‘꽃보다 할배’를 즐겨보는 이유는 무엇일까?
최초로 노년 배우들 캐스팅한 리얼리티 여행 프로그램
보통 타 예능 프로그램들은 20~30대 연예인들로 구성해 방송을 연출한다. 하지만 ‘꽃보다 할배’의 나영석 PD는 발상의 전환으로 일반적인 소재에 보편적이지 않은 주인공들을 캐스팅 해 아주 참신한 여행 예능 프로그램을 제작했다. 평균 연령 76세의 인생 선배들이 해주는 소탈한 이야기로 감동을 주기도 하고, 때론 귀엽기까지 한 모습이 재미를 준다. 꾸밈과 가식이 없는 리얼 버라이어티의 속성이 여행이란 콘텐츠에서 가장 빛을 냈다.
우린 F4가 아닌 H4!
H1 이순재 할배는 끊임없이 직진하여 ‘직진순재’라는 별명이 붙었다. 78세의 나이에도 정정한 걸음걸이와 사소한 일도 꼼꼼하게 보는 자세로 맏형의 역할을 하고 있다. H2 신구 할배는 직진순재와 막둥일섭 사이에서 중재 역할을 한다. 바라만 봐도 미소와 눈물이 동시에 번지는 애틋한 존재이다. 다른 멤버들보다 조금 일찍 끝난 여행을 아쉬워하는 순수한 모습을 보여준다. H3 박근형 할배는 여전히 당당한 풍모에 시청자들이 한없이 빠져들게 된다. 아내를 향한 지극한 마음에 73세라는 할배의 나이는 금세 잊게 된다. 장난기가 가득해 할배들을 얄궂게 놀리곤 하지만, 그래서 여행은 더욱 즐겁고 화기애애하다. H4 백일섭 할배는 어디로 튈지 몰라 불안하지만, 프랑스식 족발이라는 말에 누구보다 행복해하는 모습이 우리를 웃음짓게 만든다. 사소한 일에도 토라지는 할배지만, 형들 사이에 서면 막내가 되어 심통도 부리고 애교도 보여주는 철들지 않은 진짜 막내의 모습을 보여준다.
이렇듯 4명의 꽃할배들이 각자의 캐릭터를 스스로 구축하며 활약을 보이고 있다. H4의 짐꾼 이서진은 각기 다른 개성을 지닌 4명의 대선배를 모시고 다니는 것만도 힘든데, 낯선 곳에서 모든 일을 혼자 계획하고 이끌어야 했던 심리적 부담이 엿보였다. 하지만 정신적 부담과 신체적 피로에 시달리는 와중에 타인의 마음까지 배려하는 이서진의 인품은 매우 존경스럽다.
낭만과 열정이 가득했던 유럽 배낭여행이 끝나고 다시 뭉친 꽃보다 할배 H4. 이번에는 대만으로 여행을 떠나는 ‘꽃보다 할배 시즌2’가 방영된다. 이번 ‘꽃보다 할배 시즌 2 ’는 어떤 돌발사항으로 시청자들에게 재미와 감동을 줄지 기대된다.
김난영 기자 kny_94@naver.com
사진출처 tv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