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치/아니쉬 차간티/2018
안 하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우리 삶에 깊숙이 스며들어 있는 SNS. 흔히 알고 있는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등 SNS와 함께 이 영화는 스크린 속 노트북으로 대부분의 이야기가 진행된다. 아이폰 유저라면 더 반가울 페이스타임과 아이메세지까지 한 번도 본 적 없는 참신한 연출방식으로 많은 호평을 받은 영화, 「서치」를 소개한다.
친근한 듯 익숙한 이유
존 조와 사라 손, 미셸 리, 조셉 리까지 이들에겐 한국계 미국인이라는 공통점이 존재한다. 할리우드 영화에선 보기 힘든 일이지만, 감독인 아니쉬 차간티가 실제로 한국계 미국인 가족을 이웃으로 둔 그의 경험담을 영화 속에 녹였기 때문에 가능했다. 한국계 미국인 가정에서 벌어진 실종 사건이라는 설정으로 한국계 미국인 배우들을 캐스팅 해 더욱 큰 몰입감을 가져온다.
딸을 가장 잘 아는 건 아빠가 아닌 노트북
아빠인 데이빗과 엄마인 팸, 딸인 마고까지 노트북엔 3개의 계정이 있다. 팸의 계정엔 마고의 첫 학교생활 사진부터 마고에게 피아노를 가르쳐주던 모습, 마고가 연주회에서 멋지게 피아노를 완곡한 날까지 행복한 시간이 기록돼 있다. 얼마 가지 않아 암 진단을 받은 팸은 결국 마고의 곁을 떠난다. 팸의 죽음은 모두에게 충격적이고 가슴 아픈 일이었지만, 엄마에 대한 추억을 나누고 싶어 하는 마고와는 달리 데이빗은 팸에 관한 얘기를 피하기만 한다. 그러던 중 누구보다 잘 안다고 생각했던 딸이 사라지는 사건이 발생한다.
새벽에 마고에게서 온 3통의 전화를 받지 못한 데이빗은 아침에 다시 전화를 걸어보지만, 그녀는 받지 않는다. 불안해진 데이빗은 마고의 SNS를 뒤져 지인들에게 연락해보지만 다들 모른다는 말 뿐이다. 심지어 매달 레슨비를 받아간 마고가 사실 피아노를 6개월 전에 그만뒀다는 충격적인 말까지 전해 듣는다. 사라진 마고, 그녀를 찾을 방법은 오직 그녀의 SNS뿐이다.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
결국 실종신고를 하고 유능한 빅 형사가 이 사건을 담당하게 된다. 빅 형사는 마고의 페이스북으로 찾아낸 그녀의 마지막 흔적과 많은 돈이 한꺼번에 인출된 기록, 위조된 신분증을 보며 가출을 의심한다. 마고의 가출을 부정하던 데이빗은 마고가 우울해질 때마다 가는 호수를 찾아내 그곳에서 차를 건져내지만, 그녀는 어디에도 없다. 그러던 중 자신이 마고를 죽였다며 자백 영상을 찍은 범인이 자살했다는 빅 형사의 연락을 받는다. 시신은 발견되지 않았고 사건은 마무리되는 듯싶었으나 빅 형사가 마고의 사건에 배정된 것이 아니라 자원했다는 사실을 듣게 된다. 또한, 자백 영상을 찍고 자살한 범인도 빅 형사가 관여하던 전과자 재활 프로그램의 참여자 중 한 명임을 알게 된다.
차별화된 시각적 효과
영화의 대부분이 노트북 속 화면으로 진행돼 몰입력이 떨어지거나 감정선을 따라가기 어려울 것이라고 생각했다면 오산이다. 움직이는 마우스 커서와 타자 속도, 썼다 지웠다 반복하는 메시지 내용을 통해 오히려 극중 인물들의 감정이나 심리 상태 등을 놓치지 않고 완벽하게 표현해냈다. 또한, 각 인물의 성격이 고스란히 묻어 나올 수 있도록 인물 뒤에 배치된 공간적 색채 또한 섬세하게 구현했다. 아빠 ‘데이빗’의 경우 갈색과 빨간색을 주로 사용해 아내를 잃은 가장의 모습과 딸을 찾기 위한 열정을 나타냈다. 반대로 빅 형사는 냉정하고 차가운 모습을 유지하는 인물이기 때문에 푸른 톤을 유지했다. 이처럼 편집부터 프로덕션 디자인까지 신경 써 완성된 「서치」는 관객들에게 보는 즐거움을 선사한다.
신지선 기자 jisund5s@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