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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 - 임재리 학우(물리치료과 1)

등록일 2019년05월22일 09시00분 URL복사 프린트하기 쪽지신고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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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못 만난 지 약 2달이 넘었네.

작년에는 내가 일하느라 피곤해서 너를 자주 못 만났어. 올해는 내가 대학생이 되어 타지역으로 가게 됐고, 물리적인 거리가 멀어져 너와 나는 방학이 돼서야 동네에서 만날 수 있겠지. 우린 서로 며칠 동안 연락도 주고받지 않을 때가 많아. 예나 지금이나 말이야. 그러다가 문득 네가 생각나면 난 기프티콘을 보내면서 안부로 말문을 텄지.


우리가 알게 된 지 벌써
8년이 되었지? 너와 난 참 특별했어. 내가 10층에 살고 너는 같은 건물 1층에 살았으니까. 지금도 마찬가지고 말이야. 난 다른 사람에게 너와 나의 관계에 대해 얘기하곤 해. 어떻게 이사를 한 번도 안 가고, 같은 곳에서 9년을 사는지 말이야. 난 아직도 신기함에 감탄을 감추지 못할 뿐이야.


나는 올해 대학교
1학년이고, 너는 대학교 2학년이잖아. 선배가 됐다는 건 어떤 기분인지, 타지에서 홀로 생활한다는 것이 어떤 것인지, 마음이 아플 땐 홀로 어떻게 삭히는지, 친구와는 어떻게 지내는지 이런 사소한 얘기를 나눌 네가 없어서 좀 허전하더라.


내가
19살일 때, 대학 따윈 뭐하러 다니냐고 부모님과 매일 싸우는 게 일상이었어. 매사에 충실하게 지내던 너와 달리 난 돈 벌기에 혈안이 되어 알바만 다녔지. 그런 나에게 넌 화내지도 않고 공부시키겠다며 독서실을 데리고 다녔잖아. 스스로를 포기한 나였는데, 넌 그런 나를 포기하지 않았어. 그래서 지금 나에겐 꿈이라는 것이 생겼고 대학교에 입학해서 대학 생활을 하고 있어.


스무 살이 된
11, 그 날 기억해? 너는 내게 긴 장문의 문자를 보냈었지. 앞으로 더 어려운 일들이 닥친다면 주저하지 말고 너를 찾으라는 문자를 말이야. 난 성인이 된다는 것이 두려웠어. 공부보단 돈 버는 것이 좋았거든. 부모님에게 손 벌리는 일 없이 내 맘대로 돈을 쓸 수 있고, 내가 고생해서 번 돈을 저축을 하는 일 자체가 남들보다 조금 더 빨리 앞서는 느낌을 받아서 말이야.


너는 수능을 끝마치고 어떤 대학을 갈지 한참을 고민했지
. 계속 화학공학과를 원했던 너는 뭐 인생이 뜻대로 되나?”라는 말과 함께 간호대학에 입학했지. 나는 올해 물리치료과를 입학했어. 친구 따라 강남 간다는 것이 이런 말인가 싶어. 우린 아직 20대 초반이지만, 자신의 삶을 책임지는 것이 이런 사소한 출발에서 시작되는 것이 아닐까 생각해. 네가 항상 내게 얘기했지. 돈을 더 벌고 싶다면, 공부해서 너의 실력을 더 키우라고 말이야. 그렇게 일 년 정도의 사회생활을 하다 보니 너의 충고가 뼈저리게 실감 나더라. 아무리 일을 해봤자 최저시급 이상으로는 절대로 돈을 받을 수 없다는 것을 말이야. 한 달 동안 일하고 한 달의 급여가 들어오면 그 당시의 기쁨은 크지만, 돈을 버는 기계만 될 뿐 내가 배울 수 있는 지식 같은 것은 없었어. 그것을 조금 늦게 깨달았지만, 나도 무언가를 배우고 무언가를 할 수 있겠다는 자신감이 싹텄어.


성인이 된다는 것이 거창한 줄 알았는데
, 생각보다 거창하지 않다고 느껴. 물론 누군가가 내게 어른에 대한 정의를 내리라고 한다면 나는 아직 잘 모르겠어라고 답하겠지만 말이야. 아직도 미성숙하고 배울 것이 너무나 많은 나지만 넌 나를 유일하게 있는 그대로 봐줬던 정말 고마운 사람이야.


, 오늘 하루 어땠어? 너무 공부만 하지 말고 하늘도 좀 바라보면서 평탄하고 무난한 하루를 보냈으면 좋겠다. 내가 너와 함께 담소를 나누며 뻥 뚫린 하늘을 바라봤던 19살의 그 날처럼 말이야.

신구학보사 기자 이기자의 다른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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