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너 닫기


믿고, 기다리며 - 이기호 교수(세무회계과)

등록일 2019년05월22일 09시00분 URL복사 프린트하기 쪽지신고하기
기사글축소 기사글확대 트위터로 보내기 네이버 밴드 공유
이기호 교수(세무회계과)

인간의 조상이 지구에 등장한 것은 수 백만 년 전이다. 그리고 우리의 직계 조상인 호모 사피엔스가 나타난 것은 20~30만 년 전이다. 그들은 다른 동물보다 연약하고, 속도도 느렸다. 그래서 그들이 살아남는 전략으로 선택한 것이 조직이다. 조직을 통한 사냥으로 인간은 상대가 되지 않을 만큼 강한 생명체들을 제압해 나갔다. 모름지기 조직은 목표 달성을 위하여 구성원들에게 역할을 부여하고, 그 역할이 잘 수행되도록 조정과 통제를 한다. 히브리 대학의 Yuval Harari 교수는 그의 저서 사피엔스에서 조직은 인간만의 전유물이 아니었지만, 그들이 지구의 먹이 사슬 최정점에 오른 이유를 조정과 통제 수단에서 찾았다. 그에 따르면 다른 동물들도 그 수단으로 언어나 스킨십 등을 사용하지만, 인간만이 보이지 않는 추상적 세계를 형상화하고, 그것을 통제 수단으로 활용하였다. 구체적으로 신화, 전설, (), 종교 등이 바로 그것이다. 그 추상적 통제 수단을 기초로 수십만 이상이 거주하는 도시가, 수억 명 이상이 거주하는 제국이, 엄청난 수의 종업원을 거느리는 주식회사가 탄생할 수 있었다.


이렇게 크고 작은 집단과 조직의 영향력 아래서 살아가는 우리는 태어나면서부터 아들과 딸, 학생, 기업 구성원, 시민으로서의 역할을 학습하게 된다. 때때로 역할을 수행하는 과정에서 다른 사람들과 비교하고, 경쟁하고, 그 결과에 대하여 평가를 받는다. 우리가 살아있는 한 그런 상황을 피할 수는 없지만, 안타깝게도 많은 사람이 그 평가에만 매달려 자신의 존재 의미를 상실하기도 한다. 노자는 그런 양상을 이렇게 말한다. 집단에서 역할을 잘 수행해 칭찬을 받으면 우쭐해서 올라가고, 반대로 욕을 먹으면 주눅이 들어 내려가니, 얻어도 평상심을 잃고, 잃어도 평상심을 잃는다. (寵爲上辱爲下, 得之若驚, 失之若驚) 칭찬을 받거나 욕을 먹으면 평정심을 잃으니, 이는 큰 근심거리를 제 몸처럼 귀하게 여기는 것과 같다. (寵辱若驚, 貴大患若身) 얼마나 많은 사람이 다른 사람들의 평가를 절대시하여, 자신 속에 숨겨진 엄청난 생명력을 내팽개치고 있는가? 얼마나 많은 학생이 자신이 받은 시험 성적을 공부 방법이나 태도를 바꾸는 데 사용하지 않고, 그것으로 자신의 무한한 잠재력을 부정하고 있는가?

사람들은 칭찬과 같은 긍정적 보상을 원하고, 욕먹는 것과 같은 부정적 보상은 피한다. 우리는 이런 평가와 보상을 넘어, 자신의 생명과 그 가능성을 믿고 기다린 선각자들을 만난다. 그들은 자신의 생명이 활짝 피어나는 것을 보았고, 의미 있고 행복한 삶을 살았다. 그들의 삶은 다른 사람들에게 좋은 영향력을 미쳤고, 많은 사람의 삶과 인류의 역사를 바꾸어 놓았다. 그런 멋진 삶을 노자는 이렇게 말한다. 제 몸을 귀하게 여기는 것과 천하를 귀하게 여기는 것이 같은 사람에게는 천하를 부탁할 만하고, 제 몸 사랑하는 것과 천하를 사랑하는 것이 같은 사람에게는 천하를 맡길 만하다. (貴以身爲天下者, 可以寄天下, 愛以身爲天下者, 及可以託天下, 이상 도덕경 13)자신의 생명을 천하만큼이나 소중히 여긴다는 말은 아버지께서 내 안에 계시고, 내가 아버지 안에 있다고 하신 예수의 말씀과도 일맥상통한다. 예수의 깨달음에 근거한 삶을 당시 사람들은 나쁘게 평가했고, 그를 죽였다. 도리어 그분의 죽음으로 인하여 사람들은 그분의 길()을 따랐고, 천하보다 귀한 생명의 소중함을 깨달았고, 풍성한 생명을 누리게 되었다.

우리는 서로 다른 생명의 의미를 갖고 살아간다. 누구나 크든 작든 상처를 받고, 누구와도 다른 아픔을 겪는다. 악명 높은 아우슈비츠 수용소에서 살아남은 심리학자이자 의사인 빅터 프랭클은 성공을 목표로 삼지 말라. 성공을 목표로 삼고, 그것에 매달릴수록, 그것으로부터 더욱 더 멀어질 뿐이다. 성공은 행복과 마찬가지로 찾을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찾아오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나는 이것을 이리 해석한다. 사람들이 성공이라고 평가하는 것에 집착하지 말고, 자신 속에 내재하는 가능성을 믿고 그것의 발현을 기다리며, 하루하루에 의미를 두고 살아가자. 그러면 이 땅에서 내게 주어진 생명이 기쁨과 행복을 누릴 수 있을 것이다. 이제 선생으로서 나의 역할이 2년여 남았다. 남은 기간 동안 학생들과 함께 하는 하루하루가 의미있고, 행복하길 바란다. “나의 몸은 늙고 병들고 후패하지만, 나의 영혼과 생명은 날로 새롭다는 바울의 고백이 나의 고백이길 소망한다. 신구동산을 오르내리는 젊은 영혼들의 삶이 생명의 활력과 기쁨으로 가득하길, 사람들의 평가나 환경에 크게 휘둘리지 않고 자유롭게 되길 소망한다.

신구학보사 기자 이기자의 다른뉴스
올려 0 내려 0
유료기사 결제하기 무통장 입금자명 입금예정일자
입금할 금액은 입니다. (입금하실 입금자명 + 입금예정일자를 입력하세요)


가장 많이 본 뉴스

보도 여론 사람 교양 문화

포토뉴스 더보기

현재접속자 (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