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들 앞에선 옷의 보풀 하나 보이지 않을 것 같이 도도한 여대생들이 지압판에서 방정맞게 발을 동동거리거나, 오늘은 웬일인지 수트를 빼입어서 뭔가 멋져 보였던 선배가 균형을 못 잡고 휘청이다 구르는 등, 평소에 보지 못하던 모습들이 펼쳐진 곳은 우촌관 앞에 마련된 무대. 혓바닥에 기름이라도 바른 듯 현란했던 MC의 입담과 잠시도 쉴 틈 없이 진행되는 온갖 게임이 우촌관 앞을 잠시나마 젊음의 열기로 가득 채웠다.
학생회가 준비한 여러가지 게임 중 가장 이색적인 모습을 볼 수 있었던 것은 지압판 위의 뜀뛰기 게임이었다. 시작전까지 어떤 종목이 준비돼 있는지에 대한 정보를 전혀 주지 않은 이번 게임의 특성상, 축제에 맞춰 샤랄라하게 차려입고 온 여학우들의 예상치 못한 오도방정은 보는 이들에게 큰 웃음을 선사했다.
그런가하면 관람객들 중 무작위로 자원한 사람들이 참가하는 스피드퀴즈 역시 참가자별로 다양한 모습들을 보여줬다. 친구에 이어 여동생까지 전화를 받지 않아 시작하기도 전에 무참히 떨어진 참가자가 있는가 하면, 선배의 부름에 충실히 답해 수많은 문제를 척척 풀어나간 후배는 많은 관객들의 호응을 얻었다.
이외에도 '귀여운 것'을 유도하기 위해 친구에게 '나 닮은 거!'라고 물어본 참가자는 시크미 넘치는 친구에게 '개?'라는 치욕스러운 대답을 들어야만 했다.
비록 늦은 시간과 학과 일정에 치여 많은 학생들이 참가하지는 못했지만 밤마실을 겸해 아이들과 함께 찾아온 인근 주민분들과 친구들과 공연을 보기 위해 삼삼오오 모여 놀러온 초, 중, 고등학생들의 모습이 심심찮게 보여 남한산 백마대동제가 비단 우리학교만의 행사가 아니라 금광동 일대 '지역축제'의 하나로 자리 잡았음을 느낄 수 있었다.
이형렬 기자 pak_88@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