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세대에 엄청난 센세이션을 일으키며 한국 가요계에 한 획을 그은 서태지와 아이들부터 젊은이들의 승부와 사랑을 그린 농구 드라마 마지막 승부, 당시 최고의 인기를 누린 연세대 농구팀까지. 1994년 그 때 그 시절의 진한 향수와 추억을 불러일으키는 드라마가 있다.
매주 금, 토 저녁, 1994년 서울 신촌 하숙집을 배경으로 시골 촌놈들의 고달픈 서울 상경기와 그 속에서 ‘촌놈’들의 이야기와 추억을 그린 드라마 ‘응답하라 1994’가 바로 그것이다.
시청률 조사업체 닐슨코리아 유료 플랫폼 기준에 따르면 전작 ‘응답하라 1997’의 순간 최고시청률인 8%를 진작 뛰어넘고, 21회가 마지막 편임에도 불구하고 10회에서 이미 10.0%의 자체 순간 최고시청률을 기록하면서 케이블 콘텐츠 역사에 한 획을 그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렇듯 지상파 채널이 아닌 케이블 채널이라는 한계에도 불구하고 응답하라 1994가 열광적인 호응을 받는 이유는 무엇일까?
▶전 연령층을 아우를 수 있는 재밌는 연출과 진한 향수를 불러일으킬 세심한 요소들
1990년대 중반 젊음을 뽐내며 거리를 활보하는 X세대, 울리는 삐삐의 음성사서함을 확인하기 위해 공중전화에서 줄을 서서 기다리는 사람들, 신촌 락카페에 들어가기 위해 줄을 서서 기다리는 젊은 대학생들의 모습들, 그 외에도 그 당시 유행했던 착시그림인 매직 아이, 가요계에 센세이션을 일으킨 서태지와 아이들까지, 그 때 그 시절의 사회적, 문화적 이슈를 공감할 수 있는 웃음코드와 이야기로 작은 요소 하나하나까지 세심하게 묘사했다. 그 시절의 아날로그적 문명을 많이 느껴보지 못하고 자란 1020 디지털세대에게는 색다른 경험과 재미를 제공해주고, 그 시절을 직접 겪어온 3040세대와는 공감대를 형성하면서 바쁜 일상에 잊고 지냈던 지난 날들의 추억을 돌이켜 회상할 수 있는 시간을 마련해준다. 이처럼 스토리 구성과 작은 연출 하나하나에 재미와 감동, 추억을 조화롭게 조합하여 전개해 나가면서 다양한 연령층들의 마음을 사로잡고 있다.
▶하나하나 개성 있고 매력적인 캐릭터들
‘쓰레기’, ‘칠봉이’, ‘삼천포’, ‘해태’, ‘빙그레’ 등 각기 재밌고 독특한 별명만큼 이들 캐릭터들 하나하나가 개성 있고 매력적이다. 응답하라 1994의 드라마 내용 전개상 ‘신촌 하숙’이라는 하숙집을 배경으로 하숙집 딸 나정이와 하숙생들이 함께 지내는 가운데 일어나는 에피소드인데, 주인공 나정은 물론 신촌 하숙의 하숙생들 역시 각기 다른 지방의 맛깔 나는 사투리를 구사하며, 각각의 톡톡 튀는 매력으로 시청자들을 웃음 짓게 한다. 이 드라마의 주인공 나정은 경남 마산 출신으로 까칠하고 예민하지만 자기 사람은 살뜰히 챙기며 보살피는 따뜻한 마음을 지닌 캐릭터다. 전형적인 경상도 남자로 무심한 듯 하지만 항상 나정과 하숙집 식구들을 생각하는 쓰레기, 훤칠하고 잘생긴 외모에 서글서글하고 따뜻한 칠봉이, 전남 순천에서 올라와 자칭 오렌지족이라고 우기며 타고난 친화력으로 능글맞은 성격을 자랑하는 해태, 외모는 대학교 신입생 같지 않은 노안이지만 외모와는 다르게 자신의 의견은 목에 칼이 들어와도 말하는 뚝심 있는 완벽주의자인 삼천포, 방콕족에 서태지 마니아인 전남 여수 출신 조윤진, 항상 웃는 얼굴이지만 마음속엔 고민과 걱정으로 가득 찬 빙그레까지. 이렇듯 주인공에게만 초점을 맞춰 전개되는 내용이 아닌, 각기 다른 캐릭터들의 이야기까지 포커스를 맞춰 캐릭터 하나하나를 조명하여 돋보일 수 있게 만들어준다.
이제 서서히 극의 후반부로 넘어가는 시점에서, 다음 회에는 또 어떤 이야기로 시청자들에게 진한 추억의 감동과 웃음을 선사할지 기대된다.
김고은 기자 kimge29@naver.com
사진 출처 tv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