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예년 보다 여름이 보름 일찍 시작돼 6월 한낮 기온이 30도를 웃도는 등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거기에 가을 초반까지 늦더위가 지속될 것으로 보여 이번 여름은 유난히 길 것으로 전망된다. 이른 무더위와 길어진 여름에 냉방기 사용이 급증하자 전력수급체계에 비상이 걸렸다.
전력수급비상단계는 예비전력에 따라 △400만㎾ 이상~450만㎾ 미만은 ‘준비’ △300만㎾ 이상~400만㎾ 미만은 ‘관심’ △200만㎾ 이상~300만㎾ 미만은 ‘주의’ △100만㎾ 이상~200만㎾ 미만은 ‘경계’ △100만㎾ 미만은 ‘심각’ 다섯 단계로 구분된다.
전력수급 비상 원인으로는 때 이른 더위로 인한 냉방 수요 급증 및 일부 원전들의 정비 기간 연장, 가동 중단을 꼽을 수 있다. 이렇게 여름이 빨리 찾아 온 데는 온난화의 문제를 들 수 있다. 기상청에 따르면 1950년대에 비해 2000년대 들어 여름의 길이가 한 달 이상 늘어났다고 한다. 이처럼 여름의 시작일이 빨라지고 지속기간이 길어지는 이유는 지구온난화로 인해 모든 계절에 걸쳐 기온이 오르는 추세이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이외에도 무분별한 냉방도 전력 낭비의 문제로 볼 수 있다. 전국적으로 예비전력 부족 문제가 계속되고 있지만, 일부 업체와 시중 상가들이 냉방을 한 채 문을 열어놓고 영업을 하는 등 무분별한 냉방을 하고 있다.
게다가 부품 문제와 정비 기간 연장으로 전국 원전 23기 가운데 10기가 가동을 멈췄기 때문에 전력수급에 차질이 생길 예정이다. 신고리 1호기를 비롯해 신고리 2호기, 고리 1·2호기, 한빛 3호기, 신월성 1호기, 월성 1·2호기, 한울 4·5호기 등 우리나라 원전 절반에 가까운 10기가 가동 중지됐다. 올해의 경우 최대 전력수요가 7,650만㎾까지 오를 전망이어서 블랙아웃의 불안감을 증폭시키고 있다. 블랙아웃은 전기 사용량이 전력공급량을 초과하면 발생하는 대정전 사태를 일컫는 말이다. 블랙아웃이 한번 발생하면 단순 피해액만 11조원에 달하고 사회 혼잡비용까지 더하면 어마어마한 피해를 불러올 수 있다.
블랙아웃 사태를 예방하기 위해 전기 절약 정신이 간절하게 요구된다. 지난 1일 한국 전기 안전 공사(KESCO)는 전력수급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전력공급 차질 방지, 자체 에너지 절약 대책 시행, 대국민 절전 홍보 등 3개 분야별로 선제적인 예방 대책을 마련했다. ‘하계 전력수급비상대책본부’를 구성해 전국 60개 사업소에 전력 수급상황을 실시간으로 전파하면서 비상용 예비발전기 가동 지원을 위한 현장출동 요원을 상시 대기시키고 전국 공공기관과 각 가정에서 에너지를 절약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각 가정은 에어컨 등 전기냉방기기의 사용을 최대한 자제하고, 사용시간 외에는 TV, 컴퓨터, 충전기 등의 플러그는 뽑아둔다. 냉방 시 실내온도는 26도 이상으로 유지하며, 사용하지 않는 곳의 조명은 완전 소등해야 한다.
전력수급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정부와 기업체, 각 가정에서의 노력이 필요하다. 전력수급 비상이 예상되는 이때에 국민 모두 에너지 절약 정신을 키워 2011년도의 블랙아웃과 같은 일이 다시 발생하지 않도록 힘써야 할 것이다.
김예솔 기자 ys_1294@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