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적으로는 절대 올 것 같지 않던 해가 드디어 오고 말았다. 분명 미래소년 코난에서는 2009년에 지구가 멸망하고, 영화 2012년에서는 말 그대로 2012년에 지구가 멸망했을 터인데, 우리는 어떻게든 잘 살아남은 모양이다. 2014년, 참으로 미래적인 숫자의 조합인데, 여느 새해가 그렇듯 우리는 지난해의 케케묵은 문제들을 고스란히 가지고 새해 벽두부터 숙제거리를 한 아름 쌓아놓았다.
교수신문은 ‘전미개오(轉迷開悟)’를 올해 대한민국이 품어야 할 사자성어로 제시했다. 요컨대 거짓과 기만에서 벗어나 열반, 즉 진실을 추구하라는 뜻이다. 이 사자성어를 어디에 끼워 맞추든 그건 독자들의 몫이지만, 개인적으로는 현재 국내 상황에 비추어 보았을 때 참으로 의미심장한 말이 아닐 수 없다고 생각한다.
아직도 해결되지 않은 후쿠시마와 북한의 핵문제로 우리나라는 남북 양방에서 핵에 고통 받고 있으며, 점점 늘어나는 빈부 격차는 어느새 서민들에게는 저 꼭대기가 더 이상 보이지 않을 정도로 벌어지고 있다. 그뿐이랴, 정보기관의 선거개입 관련 논란은 대통령 당선 1년이 지나도록 해결되지 않고 있는 문제이며, 이제는 덩달아 철도와 의료서비스의 민영화 문제까지 국민을 괴롭힌다. 참말로 숙제가 많은 해다. 그렇다고 나라님들 하시는 일에 스트레스 받고 담배 한 가치 태우려는 생각은 잠시 보류해두자. 올해 1월 1일을 기점으로 니코틴과 담배꽁초의 낙원이었던 전국의 PC방을 비롯한 대부분의 식당, 카페 등지에서의 흡연행위가 일체 금지되며, 흡연자는 흡연을 위해 따로 준비한 흡연부스나 야외에서 흡연을 해야 한다. 이 외에도 각종 금연 법들이 시행, 개정되면서 보건복지부의 마수는 올해도 흡연자들의 담뱃갑을 시시각각 조여 올 예정이다.
그런가 하면 올해는 10간의 첫 타자인 갑(甲)이 드디어 한 바퀴를 돌아 다시 나타나고 12지의 푸른 말이 그 뒤를 쫓는 갑오년이기도 하다. 정확히 120년 전 이 땅에서 갑오개혁이 일어나 양반과 상놈의 경계가 무너진 해방의 해이기도 하며, 60년 전 한국동란이 끝나고 찢겨버린 한반도를 누더기 천으로나마 다시 기워내기 시작한 첫 해기도 하다.
120년 전의 갑오년이 그러했고, 60년 전의 갑오년이 그러했듯, 올해 우리는 무엇을 무너뜨리고 무엇을 재건해야 할까.
여러 기관에서 2014년 희망뉴스를 시민들에게 설문한 결과, 대다수의 학생이 취업 성공을 뽑았다고 한다. 부디 새해에는 모두가 청색 말의 추진력으로 원하는 것을 모두 이루고 뒤에 남기는 것 없는 한 해가 되기를 바란다.
이형렬 기자 pak_88@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