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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광동에 아파트가 건설될 때 - 구기동 교수(보건의료행정과)

등록일 2021년04월14일 09시00분 URL복사 프린트하기 쪽지신고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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뫼비우스(1790-1868)는 1858년 파이 과학협회에 앞면이 뒷면이 되고, 뒤면이 앞면이 되는 뫼비우스의 띠를 발표했다. 그 구조는 긴 직사각형 모양의 종이 띠를 180도 꼬아서 양끝을 연결한 고리 모양으로 안팎의 구분을 없앴다. 일반적인 고리는 안쪽에서 선을 긋기 시작하면 안에 머물고, 바깥쪽에서 긋기 시작하면 밖에 머문다. 그렇지만 뫼비우스 구조는 안과 밖의 구분이 없기 때문에 모든 면에 선을 만든다. 이러한 구조는 구(공)나 도넛모양처럼 테두리는 없고 안과 밖이 없어서 위기가 발생할 때 해결할 수단이 마땅하지 않게 된다. 
 
2021학년도 입시는 학령인구의 감소에 따라서 전국적으로 대량 미달이라는 초유의 사태를 맞이했다. 벚꽃피는 순서에서 시작된 학령인구의 감소는 서울과 경부고속도로에서 멀리 떨어질수록 커지는 현상으로 확대되고 있다. 그 동안 지역의 노령화로 입학자원이 감소세를 보이면서 어려움을 겪었던 지방은 과거와 비슷한 추세를 보였지만, 출산율 저하로 젊은 층과 학교가 밀집된 수도권에 그 여파가 갑작스럽게 몰려왔다. 
 
경기도의 경우 젊은 층이 많이 사는 수원 이남, 안산 지역과 경기 동부 지역의 학교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 지역들은 각 도시마다 학력격차가 크지 않은 4년제 대학과 2·3년제 대학이 대체 관계를 형성하면서 2·3년제 대학에 그 영향이 전가되는 양상이다. 합격자를 발표할 때마다 서울지역 대학, 동일 지역내 4년제 대학의 순으로 연쇄 이동이 이루어지면서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입학처의 분석을 보면 그 중에서도 우리 학교와 인접한 경충국도 변에 있는 학교들의 충격이 더 큰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경충국도는 서울 을지로~왕십리~광나루~하남~광주~이천~장호원~충주로 이어진다. 이 지역은 이천 하이닉스를 제외하면 특별한 산업이 형성되지 못하였고 수도권 개발제한 구역으로 경기도 서부에 비하여 인구 밀도가 낮은 지역이다. 따라서 4년제보다 2·3년제 대학이 지역내 직업적 수요를 충족하였는데 대부분의 학교가 주변의 인구규모에 비하여 모집단위가 큰 특징을 가지고 있다. 이 지역은 새로운 전철망과 도로의 건설로 서울과 인근 주요도시에 대한 접근이 용이해지면서 선호도에서 밀리고 있다. 
 
과거 우리 학교 주변에 새로운 아파트가 들어설 때마다 진학 자원이 증가하면서 학교 경쟁력의 선순환적인 요인이 되었다. 학교가 설립되던 시기는 강남과 잠실 주변 지역에 많은 아파트가 들어서면서 강남에서 오는 239번, 239-1번 버스, 잠실에서 오는 100번 노선은 우리 학교로 오는 학생들로 항상 만원을 이루었다. 1990년대 분당신도시의 개발과 2000년대 광주지역과 남양주지역의 개발로 유리한 환경이 지속적으로 만들어졌다. 
 
그렇지만 2010년을 기점으로 학교 주변인 판교, 세곡, 문정, 위례 등에 대규모 아파트 단지가 건설되면서 학령인구의 감소와 관계없이 주변 인구는 증가하였지만 지원율이 감소되는 현상을 보이고 있다. 고급아파트의 개발은 젊은 층과 중산층의 유입을 촉진하면서 학생의 증가로 이어졌지만 고소득층의 증가에 따른 학교간 선호도 차이로 지원율이 감소하는 뫼비우스적인 닫힌 구조가 되어갔다. 안양이나 부천은 아파트개발이 지연되거나 대체 관계의 4년제 대학이 적기 때문에 지원율에서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경향을 보여주고 있다. 
 
1990년대 초 국군체육부대에 군복무하면서 성남시 연합주택조합의 업무를 진행했었다. 그 당시 성남1공단(단대동)에 있던 기업들이 이전하면서 단대동에 청구아파트, 재개발지역이었던 은행동에 현대아파트를 세웠다. 신흥동 한신아파트의 분양은 전국 최고의 경쟁률을 기록하면서 인기를 누리기도 했다. 이것은 주변지역을 성장시키고 학교의 성장에 긍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했었다. 
 
최근에 우리학교 재학생이 많이 거주했던 신흥동 주공아파트가 4,089세대의 아파트로 변신했다. 학교 앞 금광동 재개발로 2022년 11월에 5,320세대의 대규모 아파트 입주가 시작되고, 은행동주공아파트도 재건축으로 대단위 아파트 단지로 바뀔 전망이다. 그렇지만, 과거처럼 주변의 아파트 건설이 인구증가로 이어지는 긍정적인 면보다 부정적으로 작용했던 최근의 추세가 반영될 수 있어 쉽게 예단하기 어렵다. 
 
점점 우리의 주변은 아파트가 증가하면서 닫혀있는 뫼비우스의 구조가 되고 있다. 이러한 폐쇄적인 구조는 역으로 승자가 패자가 될 수 있고, 패자가 승자 될 수 있는 구조이기도 하다. 인구감소와 노령화에 따른 어려움은 과거 서구와 일본이 겪었던 현상으로 이러한 환경변화에서 학교들이 도태되기도 하고 살아남기도 했다. 일본 센다이의 ‘동북복지대’는 타 지역에 비하여 적은 인구와 지역적 고립을 특성화와 평생교육으로 극복할 수 있었다. 이러한 과거의 교훈을 지속적으로 배워야 미래의 위기에서 살아 남을 수 있다. 무한대의 기호(∞)는 뫼비우스의 띠를 닮고 있다.
신구학보사 기자 이기자의 다른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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