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살고 있는 지구, 이 지구 이외에 수많은 행성들을 이루는 총체인 우주가 있다. 그런데 만약 우주가 여러 개고, 나는 그 수많은 우주 중 한 우주의 ‘나’라고 생각해본 적이 있나? 우주에 관한 수많은 학설들이 있지만, 이 영화는 그중 하나인 다중우주론을 기반으로 한 영화이다. 우스꽝스럽지만 영화 속에 담긴 깊은 뜻으로 아카데미 시상식 23개 부문 중 11개 부문에 후보로, 총 7개의 트로피를 품에 안은 영화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앳원스」라는 영화를 알아보자!
영화의 기반이 되는 다중우주란 무엇일까?
우리는 수많은 선택의 순간에 있어 고민 끝에 선택을 한다. “이런 순간에 있어 다른 선택을 한 '나'들이 여러 평행우주에 동시에 살고 있다”라는 세계관이 바로 이 영화의 기반이 되고 있다. 주인공 ‘에블린’은 빨래방에서 일하는 평범한 사람이지만 또다른 세계에선 홍콩의 탑 여배우, 일식당의 요리사, 소림 무공의 달인 등의 모습으로 살아가고 있다. 그렇다면 이 영화에선 왜 수많은 에블린 중에 어찌보면 가장 평범하고 그저 그런 에블린을 선택했을까?
에브리띵, 에브리웨어, 올앳원스
빨래방으로 삶을 연명해나가는 에블린은 딸 조이의 엄마로서, 남편 ‘웨이먼드’의 아내로서, 부모님의 딸로서 살아가고 있다. 영화 제목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앳원스」그대로 모든 것을, 모든 곳에서, 한 번에 그 역할을 다 해내야만 하는 사람이다. 더불어 빨래방을 운영하며 생긴 세금문제로 전전긍긍하며 골몰하는 삶을 살아가고 있는 ‘최악의 에블린’은 세무조사를 위해 찾은 국세청 엘리베이터 안에서 남편 웨이먼드에게 위화감을 느끼고 특별한 말을 듣게 된다.
최악의 에블린, 하지만 선택받은 에블린
“엘리베이터에서 내리면 왼쪽으로 가서 세무조사를 받든가, 오른쪽의 청소보관함으로 가든가 선택해”, 마치 생판 다른 사람이 몸 안으로 들어온 것 같은 웨이먼드가 아내 에블린에게 말했다. 왼쪽으로 향한 에블린은 세무조사원 디어드리에게 세무조사를 받고, 디어드리는 에블린이 세탁소 경비로 취미용품들을 구매한 것을 문제 삼으며 에블린의 가족들을 압박해온다. 에블린은 엘리베이터에서 웨이먼드가 적은 지시사항대로 신발을 반대로 신은 후, 청소보관함에 있다는 상상을 하며 무선 이어폰을 누르자 갑자기 청소보관함으로 날아가 버린다. 청소보관함에는 정체불명의 기계를 하고 있는 다른 우주의 웨이먼드가 나타났고, 웨이먼드는 아내 에블린에게 ‘자신은 강력한 악의 세력을 무찌르기 위해 온 우주를 찾아다녔고, 마침내 현재 에블린이 살고 있는 우주와 그녀를 찾았다’고 설명한다.
허무주의에 맞서 싸우다
영화는 딸 조이가 다중우주의 모든 자신을 경험해 삶이 부질없다고 느껴 다중우주의 조이의 또다른 이름인 ‘조부 투바키’로서 세상을 소멸시키려 하고, 그녀를 막기 위해 에블린이 특정 행동을 통해 멀티버스를 넘나들면서 맞서 싸우는 내용이다. 우리의 삶에 빗대어 보면 우리 또한 예기치 못한 크고 작은 위기 상황을 마주하며 우리는 '조부 투바키'처럼 허무주의에 빠지기 쉽다. 영화를 통해 자칫 허무주의에 빠질 수 있는 우리의 삶을 어떤 방식으로 살아나가야 하는지 생각하면서 영화를 감상하면 좋을 것 같다.
영화의 메세지가 드러나는 명대사
▶"다 부질없는 거면, 다 사라지잖아" : 조부 투파키가 힘들고 지치는 삶을 살아가는 에블린을 소멸의 세계로 끌어들이기 위한 대사이다.
▶“나는 다정함으로 싸워” : 에블린이 자신의 싸움에 도움이 되지 않는 웨이먼드에게 화를 내지만, 웨이먼드는 쳇바퀴 돌듯 사는 삶을 싸워 나가는 법을 알려주면서 말한 대사이다.
정석현 기자 kanaoo19@g.shingu.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