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레드 호세이니 / 현대문학
책의 제목인 「천 개의 찬란한 태양」은 아프가니스탄의 수도이자 소설이 진행되는 배경인 카불의 아름다움을 노래하는 시의 인용구다. 오랜 전쟁으로 폐허가 된 아프가니스탄을 생각하면 이는 역설적으로 느껴진다.
아프가니스탄은 전쟁으로 인해 오랜 시간 고통 받았고 아직도 진행 중이다. 외침으로는 근대에 와서 19~20세기 초 사이에 영국과 세 차례의 전쟁이 있었으며, 1979년부터 1989년까지 소비에트 연방의 침공을 받았다. 뿐만 아니라 2001년에 일어난 9·11 테러에 대응하기위해 미국과 영국이 일으킨 아프가니스탄 전쟁은 10년 넘게 지속되고 있다. 더욱 심각한 것은 아프가니스탄 내 종족별, 이슬람 종파별로 분열되어 엎치락뒤치락 하는 내전이다. 1929년 1차 아프가니스탄 내전 이후 1978년부터 현재까지 36년간 2차 내전이 계속되고 있다.
「천 개의 찬란한 태양」은 이러한 시대 상황을 배경으로 두 아프가니스탄 여성의 삶을 묘사하고 있다. 라디오를 통한 전쟁의 소식은 그들을 비껴가기도 하고, 직접적으로 삶을 파괴시키기도 한다. 하지만 아프간 여성들이 비참하게 살아가는 것이 전쟁 때문이라고 단언할 수는 없다. 엄격한 가부장적 분위기, 메마른 민심, 비뚤어진 악습, 피폐해진 환경 등 부정적인 요소들이 아프간 여성을 촘촘히 옭아매고 있기 때문이다.
1부에서는 마리암의 비참한 개인사를 그린다. 사생아로 태어난 마리암은 뱃속에서부터 환영받지 못한 존재다. 열다섯 살이 되던 해에는 모든 혈육으로부터 버림받고 혈혈단신으로 스무 살은 더 많은 남자에게 시집을 가게 된다. 그리고 아주 오랫동안 그녀는 부모도 자식도 없이 혼자서 남편의 폭력을 감내하며 살아간다. 그녀가 19살이 되던 해, 그녀의 이웃은 사랑 속에서 예쁜 딸 라일라를 출생한다. 이제 이야기의 초점은 2부의 시작과 함께 라일라에게 맞춰진다. 라일라는 당시 흔치 않은 지식인이었던 부모님과 지혜롭고 용감한 형제들, 그리고 사랑하는 남자에게 둘러싸여 나름대로 행복한 유년 시절을 보낸다. 그러나 그녀의 짧은 행복은 전쟁 때문에 산산조각이 나버린다. 마리암의 탐욕스럽고 늙은 남편인 라시드가 전쟁 고아가 된 라일라를 후처로 거두면서 두 여성의 불행은 더욱 심화된다.
「천 개의 찬란한 태양」은 책을 덮는 순간까지도, 특히 여성으로서 가슴 아픈 책이다. 우울한 내용과 달리 유려한 책의 제목은 차라리 속은 기분이 들 정도이다. ‘아프가니스탄’은 이따금씩 내 귀와 눈을 스쳐 지나는 낱말에 불과했다. 하지만 두 여자의 묵묵한 일생은 읽는 동안 가슴을 들끓게 만들었다.
이 책이 오랜 시간 베스트셀러 1위의 자리를 지킨 것도 같은 이유라고 생각된다. 소설 속 시간은 2003년 4월에 멈춰있지만 아프가니스탄은 여전히 격전 중이다. 소설이지만 이 이야기는 허구가 아니다. 아프간 여성들은 그들의 머리에 드리운 폭력 아래 계속해서 고통 받고 있으며, 그녀들이 밟은 땅 또한 아물지 않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천 개의 찬란한 태양은 마리암과 라일라, 작가인 할레드 호세이니를 비롯한 아프간의 희생자들과 평화를 바라는 사람들이 가슴에 품은 아프간의 희망이다.
임예슬 기자 yim__@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