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14일, 12억 가톨릭 교도의 수장인 프란치스코 교황이 제6회 아시아 청년대회 및 윤치중 바오로와 동료 123위 시복식을 위해 4박 5일 일정으로 방한했다. 교황이 아시아권에서 한국을 첫 방문지로 선택한 것은 세계 유일의 분단국의 화해와 평화를 염원했기 때문이다.
교황은 14일 오후 청와대 공식 환영식에서 대통령과 정부 공직자 및 외교관들에게 한 첫 방한 연설을 통해, “희망은 위대한 선물”이라며 정의, 평화, 일치 같은 목표들을 절대 좌절하지 말고 추구해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한반도의 화해와 안정을 위해 기울이는 노력만이 지속적인 평화로 가는 유일하고도 확실한 길이라면서, “한국의 평화 추구는 이 지역 전체와 전쟁에 지친 전 세계의 안정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우리 마음에 절실한 대의”라고 강조했다.
8월 16일 교황 방한의 최대 행사인 시복미사에서는 윤지충 바오로와 123위 동료 순교자를 복자 반열에 올리는 교황의 선포가 울려 퍼졌다. 자랑스러운 한국교회 초기 순교자들이 복자가 되는 순간이자 한국교회의 영광스럽고 역사적인 순간이었다.
17일 해미읍성에서 열린 아시아 청년미사에서는 “잠들어 있는 사람은 아무도 기뻐하거나 춤추거나 환호할 수 없다”며 “젊은이여 깨어나라”는 말과 함께 젊은이들에게 적극적인 사회 참여를 당부했다.
교황은 낮은 곳에 임하는 평소 모습대로 고통과 아픔 속에 있는 세월호 유족을 만났으며, 세월호 희생자들을 잊지 않고 유족들의 심정을 이해하는 의미로 유가족이 건넨 노란 리본을 가슴에 달고 상처 받은 영혼들을 위로했다. 그리고 국내 최대 종합복지시설 음성 꽃동네를 방문해 중증 환자와 입양을 기다리는 아이들을 일일이 쓰다듬어주면서 축복했다.
방한 마지막 일정인 평화와 화해를 위한 명동성당 미사에서는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을 초대해 고통에서 해방되기를 염원하며, “이들은 고통을 많이 받았지만 존엄성을 잃지 않았다”고 존경의 마음을 전했다. 이외에도 우리 사회에 대립과 갈등에 놓여 있는 소외된 약자와 노동자에게도 격려와 희망을 갖게 했다. 또한 교황은 “일곱 번이 아니라 일흔 일곱 번까지도 용서하라”는 성경 구절을 인용해 미사 내내 ‘용서’의 미덕을 역설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방한 기간 동안 보인 행보는 세월호 유족들을 비롯해 아픔을 겪거나 소외된 많은 약자들뿐만 아니라 불안한 상황에 처해 있는 현 사회에도 큰 위로가 됐다. 사회적 약자에게 먼저 다가가는 교황의 모습은 우리에게 감동과 반성,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한 메시지를 보여줬다.
한편 교황의 큰 인기를 입증하듯 한국은행이 발행하는 교황 기념주화 은화, 황동화가 각각 10만여 건의 신청을 받았으며, 9월 30일 발행 최대한도인 은화 3만 개, 황동화 6만 개가 발행될 예정이다.
한희수 기자 hhs8028@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