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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원 가꾸기와 식물원의 역할 - 신구대학교식물원 김인호 원장

등록일 2014년09월02일 00시00분 URL복사 프린트하기 쪽지신고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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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인호 교수(신구대학교식물원장/환경조경과)
정원이란 무엇일까? 정원을 뜻하는 한자 의 부수자인 큰 입구()정원을 부르는 영문인 ‘garden’의 어원인 헤브라이어의 ‘gan’은 울타리를 쳐서 내외부를 구분하고 한정되어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정원이 어떤 의미였는지를 잘 알 수 있는 단어인 파라다이스(Paradise)’ 역시 폐쇄된 공간 안에 풍요로운 정원이 있는 곳을 이상향으로 정의하고 있다. 기독교에서 꿈꾸는 에덴동산(The garden of Eden)’출입이 엄격히 통제된 곳으로 아름다운 꽃과 과일이 있는 정원으로 상징된다. 이렇듯 정원이란 사람들이 꿈꾸는 이상향의 닫힌 공간을 의미하고 있다.

사람들은 정원을 어떤 목적으로 만들고 가꾸었을까? 영국의 정원 역사가(歷史家) 톰 터너(Tom Turner)는 자신의 책 정원의 역사(Garden History)에서 우리가 정원을 만드는 이유를 크게 첫째, 우리의 몸을 위하여 (for the body), 둘째, 특별한 목적(활동)을 위하여 (for activity), 셋째, 우리의 정신세계를 위하여 (for the spirit)의 세 가지로 분류했다.

우리 몸을 위한 대표적인 정원은 야채와 채소를 기르는 키친가든(부엌정원)이나 약이 되는 식물을 키우는 약용정원, 허브원 등이 있고, 특별한 목적과 활동을 위한 정원으로는 식물원, 수목원 등이 있을 수 있다. 우리의 정신을 위한 정원에는 신전의 정원이나 사찰정원 등을 예로 들 수 있다.

이처럼 정원은 역사의 흐름과 함께 인류가 필요로 하는 기능을 수행하면서 식물원으로 발전해왔다.

식물원은 자연에서 자라는 약용, 관상, 진귀한 식물 등을 가까이에서 관찰, 이용하고 싶은 사람들의 욕구로부터 시작된 식물박물관이라 할 수 있다. 물론 식물원은 단순한 관찰, 이용만을 제공하는 것은 아니다. 오랫동안 사람들이 볼 수 있도록 과학적인 활동에 기초하여 식물 기록을 보존하고 식물에 표찰을 붙이는 등 식물수집, 재배, 보존을 위한 식물자원 보존과 연구기능을 수행하고 있다.

식물원의 기능과 역할은 다양하지만, 가장 으뜸이 되는 것은 많은 사람들이 식물원을 방문하여 아름다운 꽃들을 감상하고 정원을 산책하고 여유로움을 즐김으로써 삶의 질과 품격을 높이는 데 있다고 할 수 있다.

최근에는 정원 가꾸기 교육을 통해 자신만의 파라다이스를 즐길 수 있도록 도와주는 평생교육기능도 중요시되고 있다.

우리 신구대학교식물원도 식물원의 역할을 적극적으로 수행하고 있다. 사계절 아름다운 꽃과 테마가 있는 정원을 전시할 뿐만 아니라, 조경가든대학, 경기도시민정원사, 수목원전문가양성과정 등 다양한 대상별, 수준별 맞춤 교육프로그램 등을 통해 시민들의 정원 가꾸기 활동을 지원하고 있다. 무엇보다도 정원을 가꾸고 싶은 분들이 자유롭게 정원관리에 참여할 수 있는 자원봉사단의 활동은 다른 식물원과 차별화된 우리 식물원만의 자랑거리다.

우리 조상들은 초가집에 살더라도 텃밭과 화단이 있었다. 울타리 쳐진 마당 한쪽에는 가족들의 먹을거리를 생산하는 멋진 채소정원이 있었고, 좌우가 트인 부엌 한편에는 옥잠화가 심어져 어머님들은 식사를 준비하면서도 꽃과 향을 즐겼으며, 화단에 분꽃(영어명 four o’clock)‘을 심어 저녁식사를 준비하는 시간을 맞췄다고 한다.

최근 신축된 아파트들은 너도나도 아름다운 정원을 선보이며 아파트 홍보에 열을 올리고 있다. 베란다에서 정원을 가꿀 수 있도록 처음부터 화단을 조성해서 판매를 하는가 하면, 1층 입주자에게는 넓은 정원을 제공하는 혜택을 주기도 한다. 찾아보면 베란다, 옥상, 골목길 등 정원을 가꿀 공간은 우리 주변에 너무도 많다.

초고령화 사회로의 진입, 베이비붐 세대의 은퇴 등 빠르게 변화하는 사회현상과 인구변화는 정원 가꾸기활성화의 자양분이라 할 수 있다. 정원 가꾸기가 생활문화의 하나로 자리잡아가고 있을 뿐만 아니라, 정원분야에서 아마추어와 프로페셔널의 경계도 사라지고 있다. 작게는 개인주택 정원에서부터 넓게는 아파트 단지의 정원에 이르기까지 정원 가꾸기에 시민들의 참여와 움직임이 분주해지고 있다.

정원이 부의 상징이었던 시대는 지나갔다. 정원은 무릇 계층과 세대를 넘어 소통의 장소로 변신하고 있는 것이다.

2014년 신구대학교식물원의 아름다운 가을정원에 여러분을 초대한다.


신구학보사 기자 이기자의 다른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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