죄와 벌/도스토예프스키/민음사
「죄와 벌」은 러시아의 대문호 도스토예프스키가 1860대를 배경으로 쓴 작품이다. 이야기는 주인공인 라스콜리니코프(로쟈)가 다른 사람들의 물건을 부당하게 저당 잡는 노파를 죽이는 것으로 시작된다. 시간이 지나갈수록 로쟈는 사람을 죽였다는 죄책감과 후회에 사로잡혀 매일을 불안에 떨며 살게 된다. 그는 몇 번이고 자수하려고 했으나, 그 때마다 경찰이 새로운 용의자를 검거해서 자수할 기회를 놓친다. 그러던 중 로쟈는 소냐라는 여성을 만나면서 위로와 격려를 얻어 점점 자신을 되찾게 되고, 나중에는 그녀의 권유로 자수하게 된다.
당시의 러시아는 공산주의에서 자본주의 사회로 접어들면서 경제적으로 힘든 시기를 겪고 있었다. 지식인층에 속해있긴 했지만 로쟈 역시 가난에 시달리는 청년 중 한 명이었다. 그가 작중에서 “가난은 죄가 아니라 진리이다”라고 말할 정도로, 가난은 그 시대에서 당연한 것으로 인식되고 있었음을 알 수 있다.
당시 사회는 가난도 가난이지만 사람들의 도덕의식이 현저히 낮은 것도 큰 문제였다. 책에서는 다양한 흉악 범죄가 나타나는데, 정작 범인들은 죄의식을 별로 느끼지 못하는 것으로 그려져 있어 민심이 상당히 흉흉하고 사회적 정서가 불안했음을 알 수 있다. 주인공 또한 노파와 여동생을 죽이고서 잘못했다고 느끼기보다는, 자신이 해야 할 일을 했다고 생각하면서 갈등하는 모습을 보인다. 그의 이상은 정의 구현이었지만, 현실은 살인이었던 것이다.
비록 150년 전의 글이고 살인이라는 극단적인 상황이긴 하지만, 우리도 이상과 현실의 차이에 괴로워한다는 점에서 공감할 수 있는 부분이다. 살면서 자신이 잘못한 것을 인정하지 않고 스스로를 속이고 살아가는 경우가 종종 있다. 그러나 자신을 계속 속여 봤자 마음의 병 밖에 되지 않는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오히려 속 시원하게 다 털어버리고 용서를 구해야 마음이 한결 편해진다.
또한 이런 상황에서 고민하고 있을 때 소냐와 같은 친구가 있다면 인생에 있어서 큰 힘이 될 것이다. 과연 나는 내 인생의 밑바닥까지 보고서도 끝까지 곁에 머물러줄 수 있는 친구가 있을까?
지루한 옛날 소설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죄와 벌」은 등장인물들의 감정묘사가 섬세하게 표현되어 감정이입하기 쉽고, 지금 읽어도 긴장감 넘치는 작품이다.
정예진 기자 jasmine135@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