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선 곳에서 나를 만나다」라는 제목은 이 책과 가장 이질적이면서도 한편으로는 가장 어울리는 문구이다.
세계 각지의 민족들과 ‘나’는 대체 무슨 상관이란 말인가? 그러나 머리말에서 설명하듯, 이 책의 첫 번째 주제이자 문화인류학의 핵심인 문화 상대주의는 ‘나’를 가장 잘 이해할 수 있는 열쇠가 된다.
1930년대 미국의 인류학자 베네딕트가 처음 주장한 문화 상대주의의 뜻은 다음과 같다. 문화는 다양한 형태로 존재하며, 개별 집단이 처해 있는 특수한 사회적, 지리적 환경과 역사에 따라 형성되어 왔기 때문에 나름대로의 가치를 지니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개인의 행위는 이러한 문화적 맥락을 고려해 이해돼야 한다는 견해가 바로 문화상대주의다.
첫 번째 장 ‘티브족, 셰익스피어를 만나다’에서는 세계적인 대문호 셰익스피어의 작품 「햄릿」을 통해 문화 상대주의를 명쾌히 설명한다. 인류학자 로라 보하난은 서아프리카의 나이지리아 티브족을 현지 조사하면서 햄릿을 이야기할 기회를 가지게 된다.
그러나 티브족은 덴마크와 영국의 역사에 대한 배경 지식이 없었으며, 전혀 다른 계급체계와 사회를 가지고 있었다. 게다가 언어가 뜻하는 의미의 차이가 커서 제대로 된 번역조차 할 수 없었다. 결국 문화의 복합성을 간과한 로라의 이야기는 엉망진창이 되고 만다.
다음으로 이어지는 ‘나시르마 사람들’은 본격적으로 이 책이 말하고자 하는 핵심을 담고 있다. 나시르마 사람들의 이야기를 처음 읽었을 때는 낯선 지명과 부족명에 의문이 생겼고, 기괴하고 비윤리적인 생활상이 역겹기까지 했다. 하지만 이야기가 담은 반전까지 읽는다면 단번에 문화 상대주의에 대한 통찰과 이해가 될 것이다.
「낯선 곳에서 나를 만나다」는 단순히 문화 상대주의에 대한 소개와 이를 존중해달라는 요구에서 그치지 않는다. 문화 상대주의가 가진 허점인 도덕적 상대주의(도덕적 해이, 비윤리적 행태마저도 개별 집단의 문화적 맥락 아래 이해돼야 한다는 시각)를 포함하여 다각도에서 문화 상대주의를 조명한다.
한국문화인류학회가 추구한 그대로, 이 책은 ‘문화인류학의 현지 조사 방법과 총체적 접근법이 가지는 독특한 매력과 뛰어난 장점을 조금이나마 맛보게 해줄 수 있는’ 민족지이다. 더불어 일종의 거울로써 자신을 객관적으로 고찰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자기 얼굴을 스스로 볼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거울이라는 매체를 사용해야만 자기 얼굴을 볼 수 있게 된다. 물 속에 사는 물고기가 물에 너무 익숙해서 물의 존재를 잊고 있듯이 사람들도 자기 문화에 너무 익숙해 있기 때문에 그 존재와 의미를 잊고 살아가기 쉽다. 그러나 다른 문화 속으로 들어가면 그 문화는 자기에게 낯설기 때문에 문화를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된다. 이런 경험을 통해 인류학자들은 자기 문화도 어느 정도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는 능력을 갖게 된다.’
-낯선 곳에서 나를 만나다 중에서-
임예슬 기자 yim__@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