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는 작년, 근데 오늘은 올해... 하루 차이로 한 해가 달라지는 오묘한 시기가 오고 있다. 25년이라 적다가 아차 싶어 지우게 되는 건, 12월과 1월이 하필 꼭 붙어있어서 생기는 미묘한 이상 현상 같다. 서로를 다독이며 지난 한 해의 여독을 채 풀기도 전에 새로운 날이 밝았다며 새해는 우리를 흔들어 깨운다. 그러면 찌뿌둥한 몸을 일으켜 12월과 1월의 자신을 마치 다른 사람인 양 무 자르듯 뚝 잘라 나누곤 어제를 청산해야 한다. 1월을 시작하기에 앞서 취미, 여행, 다이어트, 자기 계발, 어떤 의미에서든 우리는 다시 나아갈 동력이 필요하다. 매일 마시던 커피와 음료도 겨울에는 아늑한 집에서 즐기며 지갑과 체력을 충전하는 건 어떨까? 밖은 너무 춥고 위험하니까.
눈 감고 물구나무 선 채로도 만들 수 있는 홈카페 키트
#Vid chaud
고전 문학 속, 눈 덮인 오두막에서 눈 덮인 풍경을 바라보며 홀짝일 거 같은 따뜻한 뱅쇼는 프랑스어로 따뜻한(chaud) 포도주(vin)라는 뜻으로, 포도주에 여러 과일과 계피를 비롯한 향신료를 넣고 끓여 만든 음료수다. 재료를 하나하나 찾아 구해서 다듬을 필요 없이 시중에서 뱅쇼 키트를 쉽게 구할 수 있으며 조리 자체도 어렵지 않다.
#과일청_유자 자몽 레몬 딸기
겨울만 되면 답답한 실내 온기에 질려 새콤하고 시원한 과일에 계속 구미가 당긴다. 귤 두 박스를 겨우내 먹다 손톱이 노랗게 물드는 건 연례행사다. 비타민 회복을 위해 과일청을 담가 먹을 수 있는 과일청 키트도 쉽게 구할 수 있고, 물 대신 우유를 넣어 과일 우유 혹은 탄산수를 넣어 과일 탄산음료로 만들어 먹을 수도 있다.
#말차키트
작년부터 시작된 말차 열풍이 여전히 진행 중이다. 시중에 판매되는 키트에는 입문자도 쉽게 말차를 격불할 수 있는 전동차선이 있어 말차 전문 카페에 가지 않고 집에서도 즐길 수 있다. 말차라떼 혹은 말차 아이스크림 등 여러 가지 방식으로 맞춤화해 즐길 수 있다.
디저트 없이는 나 정말 못살아.
아무리 홈카페라지만 디저트 없는 카페는 어딘가 아쉽기만 하다. 제빵이라 하면 오븐, 계량기, 휘핑기, 거품기, 온도계와 가득 쌓인 설거지가 떠올라 시작도 전에 지칠 수 있다. 요즘은 간단 홈베이킹, 노오븐 베이킹 등 조리 방법을 보면 누구나 할 수 있을 것 같은 레시피를 쉽게 찾을 수 있다. 대표적으로는 시중에 판매되는 쿠키와 크림을 구매해 커피에 쿠키를 적셔 크림을 쌓아 만드는 티라미수도 있고 하나의 키트만으로 해결할 수 있는 제빵 키트 또한 많이 판매되고 있다. 조리 과정 없이 먹고 싶다면 카페로 유통되는 베이커리류를 냉장고에서 해동 후 즐기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잘 먹고 잘 자고 우리 내년에 또 봐요-
또 이 오묘한 연말 시기에만 할 수 있는 인사말은 ‘내년에 뵐게요’다. 연말은 연말이므로, 나 혼자만 살찌고 취하는 건 아니므로, 새해가 오면 그때의 내가 부단히 과거를 청산할 테니. 그럼 이만, 한 해동안 감사했다고, 추운 겨울날 잘 먹고 푹 쉬시라고. 그리고 우리 내년에 또 봐요-
신서현 기자 mareavium@g.shingu.ac.kr